성탄절, 크리스마스(Christmas) 또는 기독탄신일은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기념일입니다.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여호와의 증인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독교 종파들은 이 기념일을 지킵니다. 날짜는 서방 교회 및 서방 교회의 영향을 받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12월 25일이며, 기존 율리우스력을 따르는 일부 동방 교회들은 1월 7일입니다. 가톨릭, 정교회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Festum Nativitatis Domini)이라고 하여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으로 가장 성대한 기념일이며, 개신교에서도 부활절 다음으로 큰 기념일입니다. 근대 이전 기독교(그리스도교) 국가들은 성탄절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령 제28394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이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1975년이 되어서야 공휴일로 지정된 부처님오신날과 달리 성탄절은 1949년 정부 수립 후 최초로 지정된 공휴일 중 하나로 매년 꾸준히 휴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성탄절은 한국의 공휴일 중 일몰 시간이 가장 빠른 공휴일이자 동시에 낮이 가장 짧은 공휴일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1960년에 한시적으로 대체 휴일이 적용된 바 있으며, 전면적 대체 휴일 제도가 시행된 뒤 2021년 7월 15일 적용 대상이 기존의 명절 연휴와 어린이날에서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국경일 전체로 확대되었으나 성탄절과 새해 첫날, 부처님오신날, 현충일은 빠졌습니다.
2. 명칭과 어원
영어 어휘 '크리스마스'는 '크라이스트(christ)'와 '매스(mass)'의 합성어로, '크라이스트'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구원자'라는 뜻의 히브리어 '메시아'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말인 '그리스도'를 다시 영어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기독교의 '기독'도 이 그리스도를 한자로 음차한 '기리사독'에서 따 왔습니다. 구원자는 당연히 예수를 지칭합니다. '매스'는 라틴어 동사 'Mittere(파견하다)'가 명사화되어 만들어진 'missa(파견)'에서 따 온 것으로, 가톨릭의 핵심 전례인 미사를 뜻합니다. 즉,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의미인 셈이며, 흔히 하는 인사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도 '즐거운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이 됩니다. 이런 어원으로 인하여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는 '기독탄신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 실제로 탄생한 날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성경에는 예수의 탄생일자가 기록되어 있지 않고, 후대 제자들이나 초대 교부들을 통해 확실하게 전승된 바도 없습니다. 때문에 예수의 정확한 탄생일의 날짜나 교회에서 성탄의 의식(儀式)을 실제로 시작한 시기에 관해서도 신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가톨릭 대사전에서도 이를 언급하고 있으며, 개신교의 신학대학원에서도 기본적으로 성탄절이 예수의 탄생일이 아님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가설로는 그리스도교 공인 이전 아우렐리아누스 황제가 274년 '무적의 태양신(솔 인빅투스)'의 신전을 지으면서 동짓날인 12월 25일을 '무적 태양 탄생일(Dies Natalis Solis Invicti)'로 제정한 것이라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아우렐리아누스 문서에도 나와있듯 이는 스스로를 신격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날로, 1년 뒤 암살되지 않았다면 기독교를 대박해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기독교의 종교적 입지가 역전되었을 때, 로마인의 융화적 전통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습합신으로 만들어 백성들에게 보급할 목적으로 '무적 태양 탄생일'을 '예수 탄생일'로 바꿔 기념한 것이 기원이라 봅니다. 이후 350년에 교황 율리오 1세가 12월 25일을 예수의 생일로 공식 선언하여 오늘날에 이릅니다.
동지 시기를 성탄절로 비정하게 된 까닭은 상기한 '태양 탄생일'과는 독립적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예수가 춘분에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는 교회 전승, 성인들은 잉태된 날과 같은 날에 죽고, 잉태된 후 9개월 뒤에 환생한다는 당대 교회의 믿음 등이 합쳐저서 동지를 예수의 탄생일로 비정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예수의 춘분 사망 전승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아우렐리아누스보다 약 100 여년은 더 앞선다는 점 등이 제시됩니다. 이 가설이 옳다면, 그리스도교와 솔 인빅투스 신앙은 각각 독립적으로 춘분, 동지 등 자연현상에 입각한 태양 절기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형성하여 자연스레 그 종교 축제일 또한 같은 날짜로 수렴하게 된 것입니다.
'태양 탄생일'이 '예수 탄생일'로 대체되었다는 가설을 최초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는 12세기 시리아 정교회 주교였던 디오니시우스 바 살리비(Dionysius bar Salibi)가 있습니다. 바 살리비는 '12월 25일 = 크리스마스'라는 서방 교회의 가르침이 이처럼 이교와의 타협에 입각한 것이라고 보았고, 그에 맞서 성탄절을 1월 6일로 보는 시리아 정교회의 교리를 옹호했습니다. 해당 가설은 19세기 종교학자인 헤르만 우제너(Hermann Usener)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성탄 대축일의 뿌리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틀이 갖춰진 것은 분명 3세기입니다. 동방 교회에서는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이, 서방 교회에서는 12월 25일 성탄 대축일이 성립된 것이 대략 비슷한 시기였습니다. 다만 축일 성립 과정의 바탕이 되는 종교/문화적 맥락이 달라 축일의 의미에 부여되는 강조점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의미는 동일했습니다.
즉, 새로운 빛이요 역사상 진정한 태양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입니다. 두 축일이 틀을 잡는 과정에서의 복잡다단한 세부 사항들을 이 책에 모두 담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축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간략히 짚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결정할 때 출발점은 놀랍게도 3월 25일입니다.
이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아프리카의 교부 테르툴리아노(150?-207?)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널리 알려진 사실, 곧 그리스도께서 3월 25일에 십자가에서 고난을 당하셨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았습니다. 갈리아에서는 6세기까지 이날이 부활대축일로 지켜졌습니다. 아프리카 역시 243년에 작성된 부활 대축일의 날짜 계산에 관한 다른 문헌에서 3월 25일을 천지 창조의 날로 해석해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정하는 독특한 계산법을 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에 의하면 태양이 만들어진 것은 창조 나흘째 되는 날입니다. 곧 3월 28일입다. 따라서 이날을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역사의 진정한 태양이 떠오른 날이라는 의미로서 말입니다.
이러한 견해가 3세기에도 계속해서 다듬어지고 변화되는 가운데 마침내 그리스도의 수난일과 수태일을 같은 날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3월 25일에 천사가 주님의 탄생을 예고하고 주님이 성령에 의해 동정 마리아의 태내에 잉태된 것을 찬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12월 25일(3월 25일에서 9개월 뒤)을 성탄 대축일로 정하는 것이 서방 교회에서는 3세기에 진행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반면 동방 교회에서는 1월 6일을(아마도 두 교회에서 사용하던 달력이 달랐기 때문인 듯하다)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기렸습니다. 이와 함께 알렉산드리아에서 거행되던 신비로운 신들의 탄생 기념 축제에 대한 해답도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로마에서 페르시아의 태양신에 대한 반발이나 불멸의 태양 숭배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대응으로 12월 25일을 택했으리라는 설과 3세기 로마 황제들에 의해 새 제국의 국교로 시험하기 위해 장려되었다는 옛 이론은 오늘날 유지되지 못한다.
《전례의 정신》, 교황 베네딕토 16세, 정종휴 옮김, 성바오로 출판사, 2006
무종교・탈종교적 문화가 대세인 현대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는 경향이 주로 서양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기념일이지만 엄연히 종교의 색채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부처님오신날이나 개천절을 동시에 기념하는 나라는 모든 종교 기념일을 기리니 비교적 논란이 적은 편이지만, 미국처럼 과거 기독교를 중심으로 건국되었다가 점점 다문화된 나라의 경우 '크리스마스'라는 명칭에 이의를 제기하는 타종교인이나 무신론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이기만 하면 전부 성탄절을 기릴 줄 알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기독교인인지 아닌지 모르고, 한국 사회처럼 종교가 달라도 단순한 인사치레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2월 말에서 1월 초 사이에는 성탄절 말고도 다른 종교나 인종들의 전통 명절, 유대인의 하누카(Hanukkah)나 미 흑인(African American)들의 콴자(Kwanzaa)와 같은 기념일도 몰려 있습니다. 미국 흑인의 경우 기독교인의 비율이 적지 않은 편이나, 유대교의 경우 타 종교를 단죄해야 한다는 교리를 갖고 있으며 기독교, 신약성경, 예수의 존재를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 유대교의 반감이 얼마나 유명했는가 하면 하술할 '성탄절 명칭/인사 대체 캠페인'이 벌어지자 이를 두고 "로스차일드 같은 유대계 자본이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했을 정도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북미를 중심으로 12월 말에서 1월 초의 기간을 성탄절 시즌(Christmas season)으로 뭉뚱그려 부르는 데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인종・문화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이 떠오르는 동시대에 들어서는 몇몇 기업들은 성탄절 시즌 대신 홀리데이 시즌(Holiday Season)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 간의 인사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기보다는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 나 "Season's Greeting"이라고 하는 경향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관련 기사 스팀에서도 성탄절 기간의 대규모 할인을 성탄절 세일이 아닌 겨울 세일로 부르는 편.
장로회 신자이자 보수 공화당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는 다른 정치적 이슈에서와 마찬가지로 '성탄절 대체하기'와 '해피 홀리데이'가 진정한 미국적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여, 매년 성탄절이 되면 트위터를 통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단문으로만 되어 있는 트윗을 보냈습니다.
반면 영국이나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인종 혹은 문화의 다양성이 북미 국가들보다 덜하기 때문에 "Merry Christmas"나 "Happy Christmas"가 훨씬 널리 쓰인다.
영단어 Christmas에서 중간의 t가 묵음이 되는 이유는, 16세기부터 한 자음군 내에서 치찰음이 앞에 오고 공명음이 뒤에 오는 t의 경우 묵음이 되는 현상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이 감춰진다'는 이유로 옳지 않게 여겨 t를 발음하기도 했고, 현재도 이렇게 발음하는 신자들이 간혹 있다. 이는 과도교정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2.1. 한국어 명칭
1949년 감리교 신자였던 대통령 이승만에 의해 "기독탄생일"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후 1975년에 정부가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기독탄생일"도 "기독탄신일"로 명칭이 함께 변경되었습니다. 불교계에서는 "석가탄신일"이라는 용어는 맞지가 않으니 "부처님오신날"로 해달라는 요청을 수십년간 해왔고 2017년 10월 10일에 "부처님오신날"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기독교계에서도 크리스마스를 "기독탄신일" 대신 형평성에 맞게 예수님오신날로 바꾸거나, 또는 널리 쓰이고 있는 "성탄절"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관련 기사). 이유는 불교 기념일은 부처'님'오신날로 높임 표현을 썼는데 기독교 기념일은 높임 표현이 없어 종교 차별적이라는 것.[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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